엄니 역
시인 윤명학
고향집 낡은 흙담 위 더위 먹고 늘어진 호박에 풋고추 듬성 넣어 끓인 된장찌개 맛 아는 이 있는 가요
보릿고개 구황신물 가마솥에 감자 넣어 익기도 전에 배불렀던 기억 나는 이 있는 가요
논밭인 듯 온 들에 핀 메밀 꽃 동지 섣달 눈 내리는 밤 묵 채 맛 아는 이 있는 가요
초가지붕 가을 이슬 먹고 피어난 박꽃 바가지 만들어 오일장에 내다 팔아 학용품 값 받은 기억이 있는 이 있는 가요
부지깽이도 널뛴다는 가을날 참깨 털어 짠 기름맛 어머니 눈물맛 하던 가요
손발이 트고 검게 그을린 얼굴 허리가 휘어지도록 자식 위해 젖 물린 어머니 기억하는 이 있는 가요
목쉰 기족소리 토해 내며 떠나간 엄니 역을 기억하는 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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