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단상> 갈길 잃은 예비 귀농인
남해길
지난 4년 동안 예비 귀농인을 대략 300여명은 만난 것 같다.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변화들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은 연령층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초기에는 50·60대들이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30대까지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학력도 높아지는 추세인데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이들도 귀농귀촌을 위해서 일찌감치 준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보다 더 큰 변화는 사과농사에 대한 관심이 확 줄어든 느낌이다. 이미 아는 바와 같이 최근 몇 년간 갈수록 과수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작년에는 소위 ‘김영란법’에다 불안한 정국, 자주 발생하는 지진 때문에 소비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어 택배를 통해 직거래 하는 농가들조차도 예년 같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상황이 이러니 눈치 빠른 예비귀농인들은 사과농사 외에 다른 작물을 추천해 달라고 난리다. 하지만 누군들 다른 작물을 쉽사리 추천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조심스럽게 ‘오미자’를 추천한다. 가장 큰 이유는 그나마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손해를 봐도 기껏해야 1~2천만원 수준이다. 적은 자본을 가지고 농촌을 기웃거리는 이들에게 딱 알맞은 작물임에 틀림없다. 재배주기도 빨라서 1년 내내 붙들려 있어야 하는 사과농사보다도 삶의 여유도 비교적 많다.
3월 말에 식재를 하면 대략 9월 중순에서 10월 초순까지 수확을 한다. 사과농가가 겸업을 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재배환경도 양지식물임에도 북향에 일조량 40% 정도만 생육에 지장이 없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나 가격이 아직까지는 어떤 과수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 평당 2만 5천원 이상은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흔히 하는 말로 없어서 못 판다. 농가경영비도 많이 잡아도 20%가 채 되지 않으니까 사과보다도 훨씬 경제적이다.
물론 약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저장성이 떨어지는 작물이다 보니 생과의 경우 예약주문을 통해 신속하게 판매해야 한다. 수확과 주문이 일치하지 않으면 곧바로 절임에 들어가야 한다.
또 해걸이를 하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적인 식재를 통해 소득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공판장에서 거래가 거의 불가능한 작물이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잘 소비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에 비추어 볼 때 귀농인들이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작물임에 틀림이 없다.
마지막으로 덧 붙이자면 1차 농업으로 돈을 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동원해야 한다. 귀농도 성공할 만한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 아무나 오는 농촌이 아니다. 우리 현실이 그렇다.
경력
삼의교회 담임목사
청송귀농귀촌고민센터 대표
귀농코디네이터/귀농닥터(농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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