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리’투표 합시다.
청송군선거관리위원회 관리주임 김주헌
지난 4월 17일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선거기간이 개시됐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부터 이미 전쟁에 빗대어 다가올 선거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실제로도 후보자간 날선 토론과 네거티브로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선거전쟁에 이념의 색채를 강하게 입혀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념 그 자체를 좋다 나쁘다 평가 할 수는 없지만, 이것을 선거의 최우선으로 두는 것은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일단 후보자에게 있어 이념만큼 좋은 선거도구가 없다. 확고한 이념 표명을 통해 고정표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고, 적은 노력과 싼 값에 효율적으로 군중을 현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하는데 이념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은 지양해야만 한다. 이념을 최우선으로 두는 순간 정책은 없고 후보자와 정당만 존재하게 되며, 내가 ‘정의’이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불의’로 단정짓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권자가 투표를 하는데 가장 최우선으로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실리’다. 이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을 보고 본인에게 유리한 후보자를 뽑는 실리 투표를 해야한다.
투표는 자선행위가 아니다. 투표는 내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되는 정책을 내세운 후보자에게 투자하는 일종의 채권이다. 4년에 한 번, 5년에 한 번밖에 구입할 수 없는 값비싼 채권이고, 싸구려 이념 논쟁에 홀려 소비하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채권이다. 그리고 투표는 심판의 단두대도 아니다. 투표는 더 나은 미래 열기위한 행위이지 과거를 심판하는 사법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48년 선거가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매번 선거때마다 종북논쟁과 심판론이라는 구시대의 폐습이 되풀이 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이 거기에 휩쓸려 맹목적인 투표를 하고 있다. 이제는 맹목적인 투표를 끝낼 시기이다. 대신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을 더 분석하고, 더 질문하고, 더 비교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질 좋은 정책을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책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은 후보자이지만, 선거의 흐름을 정책선거로 전환하는 것은 결국에는 유권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벌써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네거티브와 과거 들추기, 이념논쟁이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후보자들의 정책 검증에 심열을 기울이고, 그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실리’를 챙기자. 정책은 현실을 만들고, 그 현실속에서 가장 치열하게 사는 것은 바로 우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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